
처음 인제라를 접했을 땐 그 생소한 신맛과 질감이 익숙하지 않아서 얇고 넓은 팬케이크? 담뇨 같은 모양? 이라해야 할까? 발효된 테프(ETF) 곡물에서 풍기는 독특한 향…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손이 잘 가지 않았던 음식이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에서 4년, 그리고 남편은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을 그곳에서 살아가며, 인제라는 어느새 우리의 일상이자 추억이 되었던 것 같다.
2011년 7월, 에티오피아를 떠난 이후, 그곳에서 신혼 때부터 지냈던 모든 시간의 소중함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가왔다. 한참 떠난 후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아디스아바바의 어느 현지 식당에서, 남편이 익숙한 암하릭 주문해 주던 인제라와 도로와(Doro Wat), 그리고 키 와트(Key Wat)의 맛이 얼마나 특별했는지를... 에티오피아를 그리워하는 순간엔 언제나 그 식탁이 함께 떠오르긴 했다. 항상 그리운 음식이 되었고, 매년 아이들 방학 시즌에 한국으로 휴가를 떠날 때 그 그리움은 아디스아바바 환승 때나 한국에서 콩고로 오는 길에 잠깐 들를 수 있는 공항에서 꼭 먹고 가야만 하는 의식처럼 변했다. 마치 고향을 지나가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우리 가족도 그렇게 인제라를 마주하곤 한다.
그곳에서는 남편이 언제나 잊지 않고 메뉴를 기억해 주고, 딸들은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젓가락 없이 손으로 인제라를 찢어 도로와 소스를 찍어도 먹고 싸서도 먹는다. 신기하게도 한 해에 한두 번 먹는 그 순간이 얼마나 따뜻하고 포근한지 모른다. 어릴 적 한국에서 먹던 음식이 주는 향수와는 또 다른, ‘내가 살아낸 시간’이 담긴 맛이라고나 할까 !!!
콩고에서는 현지 음식으로 치킨마요가 유명하다고들 하지만, 개인적인 입맛에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아마 마요네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인지 인제라에 대한 그리움은 오히려 더 짙어졌던 것 같다. 그 독특한 발효 향, 손으로 찢어 나누며 함께 먹는 즐거움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많은 기억 속에 한 조각이기도 하다.
어느새 딸들도 인제라를 ‘우리 가족의 추억 음식’으로 여기게 된 것 같다. 사진 속 인제라를 보면, 그날의 공항, 테이블에 둘러앉은 우리 가족, 그리고 입가에 번지던 미소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리움은 때로 입맛을 통해서도 다가오는 것 같다. 그 맛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건, 지금도 그 시절이 우리 안에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언제 또다시 인제라를 먹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날이 오면 꼭 다시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 음식이란, 결국 우리가 어디에 있었고 누구와 함께 였는지 가장 정확하게 기억하게 해주는 또 다른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